2017/08/06 09:02

소시오패스인가 아둔한 칠푼이인가 쿠퍼스타운

30여 년 동안 자칭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았다는 KBO리그에서 벌어진 최악의 스캔들이 무엇일까? 질문 자체가 우습다. 어느 팀이 포스트시즌 경기를 하루 앞두고 해당 경기의 구심에게 현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한 달이 넘었다.

그 경기는 상대 팀의 수많은 팬이 11년 동안 기다려온 경기였다. 건조하게 적으려 해도 분노가 솟구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적 사실을 제쳐두고서라도, 내가 응원하는 팀의 악행이 아닐지라도, 적잖은 애정을 쏟았던 각본 없는 드라마가 사실은 누군가의 장난질에 매수·조작되고 있었다고 한다면,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안 그래도 떨어진 리그의 인기가 더 떨어질까 야구 인기로 먹고 사는 "야피아" 언론들은 함구하고 있고,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매수조작을 감행한 팀은 다시 "잘 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유사한 사건이 자행되었던 K리그가 내놓은 "솜방망이 처벌"과 비슷한 정도의 벌을 적용한다면, 그 팀은 당장 하위권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사실 이탈리아 축구리그의 경우처럼, 수상기록은 삭제되어야 하고, 팀은 강등 혹은 퇴출되어야 한다.

별 대수냐는 듯, 해당 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 한여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잠실야구장을 메우고 있다. 그리고 약물에 취한 그 팀의 4번타자가 친 결승 홈런에 세상 떠나가듯 환호한다. 마치 불의의 감정이 결여된 채 그 추웠던 지난 겨울 태극기를 걸치고 나왔던 어느 사람들을 보는 듯하다. 도대체가 범죄에 어떠한 동요도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들인가? 아니면 단지 곰처럼 아둔한 칠푼이들인가? 어느 경우이건 한여름 혹은 한겨울의 열정만큼은 두 집단 모두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덧글

  • ㅇㅇ 2017/08/06 16:13 # 삭제 답글

    엘지팬은 아니지만(저는 지방구단 응원합니다) 저도 엘지팬들 입장 백번 이해하고 이 엄청난 사건이 묻혀가는 것이 어이가 없어요. 야구판 정말 선수나 협회나 팬들이나 모럴해저드네요. 17년 초반부터 다사다난했지만 특히 심판 관련 문제 흐지부지되면 제가 야구를 끊을밖에요.
  • 페이토 2017/08/09 08:42 #

    야구계 종사자들이야 밥벌어 먹는 곳이니 조심조심하는게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라도 있지, 아랑곳 없이 응원하는 소위 팬들은 당최 이해가 안가죠.
  • intherain 2017/08/06 17:05 # 답글

    검찰수사중이라 기사를 더 못낸다고 본거 같은데 아니었나요?
  • 페이토 2017/08/09 08:46 #

    검찰 수사 중이면 기사를 못내는 법이 어디있나요? 말도 안되는 군색한 변명이죠. 부패비리 수사할 때 언론이 "그래 우리는 기다려 줍시다 검사 나으리들께서 수사중이니까~."라고 하나요?ㅎㅎ

    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해당 심판원은 구심으로서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루심·선심으로는 가능성이 없었는지, 후속 탐사가 이어져야 정상이고 이게 언론의 역할이죠.

    무혐의의 가능성 이전에 해당 구단에서 이미 시인한 사실만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가 주어져야 합니다.
  • 동양의 인스머스 한국 2017/08/06 18:53 # 답글

    엘지팬으로써 전말이 밝혀진다면

    최규순 영구제명에 벌금 5000만원,
    두산구다 벌금 1억원에
    향후 3년간 승패 및 승률 마이너스 디메리트 10
    향후 5년간 포스트시즌 진출 금지 및 시즌 홈 개막 금지
    2013년 플레이오프 및 한국시리즈 기록 전부 무효처리 및 2013년 엘지 인정 준우승 및 넥센 인정 3위

    이정도는 해야할것 같습니다.
  • 페이토 2017/08/09 08:51 #

    비슷한 수준의 징계를 해야 정상이죠. 몸 사린답시고 유야무야 넘기면 더 은밀한 거래가 나타날거고, 대만야구리그처럼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선 이미 그렇게 된 것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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