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9 23:24

9급 공무원 시험에 대한, 장광설은 아닌 여의도

지난 주말 9급 공무원 시험이 있었던 모양이다. 개중에는 장광설의 '설'이 '혀 설'인가 '말씀 설'인가, 'shrimp'가 슈림프인가 쉬림프인가 하는 식의 문제도 더럿 있었던가 보다. 적지 않은 언론들이, 이러한 지엽적 지식이 공무원이 되고 난 뒤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며 비판하고 있고, 수험생이나 소위 전문가들의 견해도 덧붙이고 있다. 한 신문은 다음날 1면에 큼지막이 공간을 내어 "일반직 공무원의 가장 말단으로, 민원 업무 등 (...) 어려운 한자어나 고유어, 역사적 인물의 저서 목록 등 단편적인 지식을 외우지 않아도 업무를 수행하기엔 아무 지장이 없다."라고 썼다(6월 19일자 조선일보 1면). 본디 토달기 좋아하는 블로거들도 매한가지다.

그런데 사실 기사가 잘 지적한대로, 9급 공무원의 일은 높은 차원의 사고를 요하지 않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그친다. 따라서 9급 공무원에 필요한 덕목은 고차원의 업무능력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비록 그 일이 보잘 것 없는 줄 알면서도) 끈기있게 충실히 수행하는 자세이다. 그러한 자세를 시험하려면 지원자가 외래어표기법이나 한자어의 어원과 같이 공무생활에 아무 쓸데없어 보이는 것을 "토달지 않고" 묵묵히 공부해왔는가를 재 보는 편이 더 맞을지 모른다. 민원창구에서는 똑똑한 직원보다 성실한 직원이 더 훌륭하다.

"어처구니 없는" 문제들은 또 한편 "역장벽"으로 순기능한다. 특출한 재능이 요구되지 않는 9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에 5급 공무원 시험에서와 같은 논리 문제를 출제한다면 어떻게 될까? 9급 공무원을 하기에는 "아까운" 인재들이 단기간의 미취업 공백을 때우거나 "잠시간의 알바"를 한다는 생각으로 쉬이 9급 공채시험에 뛰어든 후 (실제로 이들이 합격할 것이다), "문제가 해결된 후" 일을 그만두겠다 한다면 말이다. 관료사회는 낭비적인 신입 업무교육을 계속해야 하며, 실제 9급직에 오래 근무할 인력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만다. 요컨대 9급 공무원 시험은 "어떠한 부류의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게끔" 만들어야 하는 목표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아니 높은 확률로, 장광설의 '설'이 '무슨 설'인가, 'shrimp'를 한글로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하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문제들은 사실 상당히 잘 고안된 문제들이다. 사실 시험이란 본디 그런 것이고, 수험생들은 불쌍하기 매한가지다. 그러니까 너무 억울하다, 혹은 황당하다 여기지는 말기를. 슈림프(가 맞다고 한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일 점심엔 오랜만에 새우튀김이나 한번 먹어야겠다.

덧글

  • 어쩌다보니 바다표범 2017/06/19 23:26 # 답글

    근데 쉬림프 저건 국어 문법 외래어표기문제에 나오는 문제라 저거틀렸다는건 그냥 공부 안했다는 소리인데 말이죠

    그리고 애초에 과락율이 대략 75퍼 되는걸로 아는지라
  • 페이토 2017/06/19 23:28 #

    그래요, 거기에 바로 핵심이 있죠.
    똑똑함의 문제가 아니고 성실히 공부를 했는가가 포인트!
  • 채널 2nd™ 2017/06/20 00:01 # 답글

    적절한(?) 문제 제기 및 적절한 해설이라고 생각됩니다. (차분한 글 인정~)
  • 페이토 2017/06/20 08:27 #

    땡큐베리감사합니다
  • 한숨 2017/06/20 06:36 # 답글

    한국에서 쓸데없이 지엽적인 문제를 낸다는 건 지출증가와 연결되니까 골치아픈 문제네요. 수능이나 공무원이나 다른데 쓸데도없는 걸 지엽적으로 갔을 때 스스로 해답을 찾기보단 사교육으로 때우려는 게 한국의 성향이고 당연히 그만큼 돈이 많이듭니다.

    특히 대졸자가 문젠데 대입+학자금+노량진공시면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이러고도 떨어지는 사람이 많으니까 골치아프죠. 그렇다고해서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학문도 아니고요. 개인의 선택이라고하나 공시낭인들은 어마어마한 불만계층으로 남겠지요. 예전 고시낭인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구요.
  • 페이토 2017/06/20 08:36 #

    일견 일리가 있는 지적 같지만, 사실 시험있는 곳에는 어디나 사교육이 있습니다. "지엽적인 문제가 없는 시험"을 준비하는 신림동에서의 지출이 노량진에 뒤지지 않습니다. 별개로, "특히 대졸자가 문제"라 하셨는데 결국 대학정원의 급증이 노동시장에 이런 참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 조선반도의 현대인 2017/06/20 07:54 # 답글

    그냥 과목을 추가시켜서 시험 난이도를 올리는게 오히려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군 경찰 소방 정도 제외하고 9급을 정부가 정식 공무원으로 뽑아써야하느냐는 것도 의문입니다.
  • 페이토 2017/06/20 09:05 #

    과목 추가의 방법이나 지엽적인 문제의 사용이나, 스크리닝의 측면에서는 똑같이 난이도 상승을 가져옵니다. 그렇다면 과목 추가를 통한 사교육시장의 팽창보다는 후자의 방법이 당국에서 보다 더 선호할 옵션일겁니다(물론 노량진의 학원들은 그 반대겠지만!). 이미 지적한 "지엽적인 문제가 주는 순이익"도 고려한다면 더더욱!
  • 부라부스 2017/06/20 08:37 # 답글

    글에 오류가 있네요.

    9급 공무원은 선발되면 계속 9급으로 남아 있나요?
    연공서열 혹은 성과대로 진급이 되고 직급이 높아지겠죠?

    그럼 계속해서 님이 말한 단순 반복 업무에 머무를까요?

    일반 대기업 가보셨나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입사하면 그닥 머리 쓰는일 없고 솔직히 고졸 수준의 학력으로도 다 해낼 수 있는 일을 합니다.
    2000년도 이전만 해도 삼성 들어가는데 토익성적은 필요도 없었습니다.
    (지금 삼성에서 차장 부장 달고 있는 분들도 당시 토익 시험 구경도 안해보고 들어간 사람들이 대부분 입니다) 직무적성검사? 그런건 존재하지도 않았구요 그 만큼 그냥 대학 학점 하나와 면접으로 뽑았던 시절이기에 회사안에서의 고차원적 업무능력 평가란건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하는 업무로써 선발 시험의 난이도를 평가하는것이 그 만큼 의미가 없고 다만 시대가 변하고 다원화 되가는 현실속에 분명 선발 시험도 그에 맞게 변해야 하는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사람은 몰리고 변별력은 필요한 현실이라면 단순 암기나 지엽적인 의미없는 문제보다는 말그대로 그 많은 사람중에서 좀 더 높은 사고력을 요하는 선발과정이 필요할겁니다.
    그게 바람직한 변화입니다.
    앞서 말했듯 일반 민간 기업에서 그런 변화를 갖고왔죠. (대표적인것이 삼성의 경우)


  • 페이토 2017/06/20 09:11 #

    하하, 모든 문제가 "장광설이나 슈림프 같은 문제"로 차있다면 당연히 문제가 있는 시험이죠. 저는 "그런 문제들이 특정한 지원자의 (사고력과는 별개의 덕성에 대한) 변별을 위해 더러 있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에 관심이 있습니다. 시험이라는 것은 그 본질이 제한된 시간에 정확히 문제를 풀어내는 것에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기본적인 순발력과 사고력은 당연히 요하는 것이죠.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보진 않았지만, 국어맞춤법을 달달외워서 "우리말겨루기에서 1등해라" 식의 시험은 아닐 것인데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심각히 잘못된 것일 겁니다.

    붙여, 9급 공무원이 정년을 꽉 채워도 갓 "고시"에 합격한 20대 청년보다 직급이 낮습니다. 물론 진급은 있지만 여전히 정형화된 매뉴얼이 주어진 직책의 수준입니다. 현실적으로 정책영역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것이죠.

    혹여 수험생이시라면 화이팅 하세요.
  • 부라부스 2017/06/20 09:16 # 답글

    하하하하하하 그럼 말씀하신 논지의 일관성이 없어지네요
    저는 분명 '9급 공무원 따위는 그 하는일의 성격상 딱 저정도 문제가 적합하다' 정도로 읽혀졌거든요 ㅎ
    물론 모든 문제가 그런식으로 출제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변별력을 저런 불의타;를 노린 저질스런 문제는 지양하는것이 그 어떤 직역과 직종의 선발시험의 경향에 비추어봐도 옳은겁니다.
    과거 학력고사가 왜 수능으로 바뀌었는지를 생각해보신다면 이해가 쉬우실겁니다.
    학력고사는 수 십년간 소위 명문대학생이 되려면 340점 만점에 300이상을 맞아야 하는 필수 코스였지만 걔중에는 정말 저런 장광설 같은 문제도 다수였었죠. 이것이 문제라고 사회적 비판을 받고 수능으로 바뀐게 벌써 23년전의 일입니다.
    어린 학생 선발도 그렇게 고차원적으로 뽑는 변화가 이미 수십년전 있었는데
    하물며 그 일이 어렵고 쉽고를 떠나 국가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떨어뜨리기 위한 불의타를 의무적으로 가해야 하는 시험이라면 상당히 잘못된거죠.

    고시에 합격한 20대 청년보다 직급이 낫다는 말은 전형적인 '논점일탈' 입니다.
    매뉴얼은 어떤 직급에도 다 존재합니다.
    정책영역 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이요 ?
    사무관이 기안하고 추진하는일에 대해 메뉴얼이 없을까요?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요? ^^

    결국 님의 글은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비하가 목적인걸로 파악됩니다.

    님의 논리대로라면 기업에 들어가 임원이 되는 이는 1% 미만인데 (부장도 2%대)
    결국 나머지는 차장 과장 까지 달고 관두는 현실에서 토익성적이나 기업의 직무적성검사는 뭐하러 필요할까요? ㅋㅋ
    영어 쓸일도 없고 기업가서 그냥 시키는일만 죽어라 하다가 대부분 이직하거나 사표 쓰는데 말입니다.

    삼성전자 들어가면 죄다 선임연구원이 되서 핸드폰 개발하고 그런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시겠죠? ^^

    사회생활을 전혀 안해보신분 티가 많이 나는데 (아님 심리분석상 오히려 님께서 수험생이면서 여러번
    낙방해서 공무원 자체에 대한 혐오를 갖고 계시거나)
    현실을 바로 보셨음 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페이토 2017/06/20 09:37 #

    "분명 '9급 공무원 따위는 그 하는일의 성격상 딱 저정도 문제가 적합하다' 정도로 읽혀졌다"는 말이 당신의 오독을 드러내는 데 그치네요.
  • 부라부스 2017/06/20 09:43 # 답글

    아하하하하하 전 님 글의 진의를 파악한것뿐이지 '오독'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님 글의 요지인 하는일의 수준과 문제의 수준의 비례성은 님의 댓글에서 조각되어 지는데 비해
    고시와 9급을 비교한다던지 (고시 합격한 20대 청년과 정년채운 9급의 직급을 비교하는식의 논점일탈을 범하는 모습) 하위직 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님의 생각과 묘사는 분명 일관성을 갖고 있으니깐요 절대로 오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

    공부 열심히 해서 꼭 합격하시길 바랍니다.^^
  • 페이토 2017/06/20 09:45 #

    참말로 돌아버리겠구만

    네 감사합니다
  • 봉봉이 2017/06/20 09:51 # 답글

    음...전직 공무원으로 물론 전문직으로 5급 계약직이었지만....묵묵히 필기시험을 통과해도 개판치는 애들이 있고 필기성적 안좋아도 묵묵히 일잘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게 얼마만큼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성실히 일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런문제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왜 이렇게 공무원에 목메는 사회가 되었나 하는 겁니다.
    제가 있는 의학계에서도 국가가 일방적으로 지유를 없애고 가격통제를 하니 너도 나도 공무원 혹은 저같이 해외로 탈출 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요.
    우리사회가 현명하게 해결을 했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 페이토 2017/06/20 20:40 #

    오히려 상관관계의 미약함을 근거로 그러한 반론을 편다면 내적논리에 대한 좋은 공격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상관관계를 어느정도 믿습니다. 좋은 학생을 뽑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대학이 대입시장에서 내신을 통한 전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등이 사실 이를 보여줍니다. 서울 주요 대학 학생들의 평점평균을 분석해봤더니 학생부전형 입학생이 정시(수능) 입학생보다 낫더라 하는 식의 연구도 상통합니다. (정말 평점평균이 높은 학생이 "좋은" 학생인가 하는 문제는 사실 또 다른 문제이므로 넘기겠습니다).

    자유를 없애니(?), 가격통제(?)를 하니하는 얘기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공무원에 목을 매는("매다"가 맞습니다) 풍토는 현 노동시장 환경에서는 거의 필연적이지 않나 합니다. 저는 한편으로 노동시장이 더 유연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별다른 특기가 없는 적지않은 노동공급자에게 한번의 시험으로 일생에 걸친 최장기간의 노동계약을 따낼 기회는 너무나 소중하지요. 부상을 숨기고 있는 예비 FA선수가 그러하듯이요.

    따라서 지적하신 것이 핵심적인 문제일 수는 있겠으나, 본디 거대하고 핵심적인 문제일수록 언급하신 "현명한 해결책"이란 애초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모든 정책 혹은 사회과학이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 합니다.
  • 봉봉이 2017/06/21 11:05 # 답글

    음....저는 내신엉망에 수능으로 대학갔던 스타일이고
    제가 공부하고 싶은 공부를 내 타이밍에 한다 이런 스타일인 편입니다.
    학문의 내용 이해와 사고력보다...평가 기준자체가 얼마나 과제를 수행했나가 되는것이 저같은 사람에겐 넘 고통 스러웠습니다.
    과학 보고서는 최대한 간결하게 써야하는데
    간결한 공식과 증명과정보단 예쁘고 많은 양의 과제물이 좋은평가를 받는 현행 교육에 저는 적응 못하고 고등학교까지 매우 힘들었고 좋은학생도 아니었죠.
    내신 중신으로 대학교에 온 학생들이 좋은 과제를 착실히 해낸다는것에는 공감합니다.
    그렇게 순응하고 과제물 잘만드는 학생이 좋은학생인지는 잘 모르겠구요.
    제가 경험한 바로 그런 사람들이 고지식하고 갑질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저같은 경우도 과제물같은거 내지도 않아서 내신은 거의 꼴지 수준이었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도 졸업해서 직업인으로 잘 지내고 공직땐 장관상도 받았지요.
    9급 공무원에 어떤 미덕이 필요한가...는
    논란이 많겠지만 어떤문제든 극단적으로 가면 단점이 생기고 사람들의 지적은 너무 극단적으로 치달았다는 지적이 아닌가 싶어요.
    적절한 정도의 순응과 적절한 사고력과 이해를 필기시험으로 가려야지 사람들이 보기에 과도했다는 지적은 할수있는것 같네요.
    저처럼 수행평가 하나도 내지않은 학생도 성실히 일할수 있는거고 그 비율이나 가능성이란게 꼭 단정짓지 못할거 같네요. 증명하셨단게 아니라 글쓴이 님도 믿고 계시는 내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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